물론 꽃미남 석호필과 미중년 그리셤 반장이 나오는 미드에 인텔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MID는 인텔이 밀고 있는 모바일 기기 플랫폼 mobile internet device의 약자다. 노트북과 휴대폰 사이의 새로운 시장을 찾던 IT 업계는 UMPC를 만들어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소비자의 바람을 읽기는커녕 몇몇 업체의 이해관계가 뒤섞인 정체성이 모호한 물건이었던 때문이다. 인텔은 "MID는 크기와 이용 환경 등이 서로 달라 UMPC와는 개념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교묘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MID를 두고 인터넷에서 논쟁까지 벌어졌다. 사실 MID가 휴대폰이든 UMPC든 노트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인텔이 MID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다. 모바일 인터넷 기기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뜻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인텔 센트리노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센트리노 노트북이 되려면 CPU, 칩셋, 무선 랜카드 이 3가지 부품을 인텔이 정한 것으로 달아야 한다. 물론 모두 인텔이 만드는 것들이다. 인텔은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며 “센트리노만이 진정한 노트북”이라고 열심히 센트리노를 알렸다. 제조사는 어차피 인텔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부품이고,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많이 알고 있는 이름을 붙이면 홍보비도 아낄 수 있으니 인텔의 센트리노 우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인텔의 우산 밑에 있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산을 드는 수고야 덜 수 있지만 인텔이 걷는 방향이 내가 가려는 방향과 다를 때 문제가 생긴다. 이를 알면서도 단물 맛을 잊지 못해 노트북 제조사는 제 우산을 내팽개쳐 버린 지 오래다. 결국 마음 내키지 않아도 인텔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개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의 노트북 시장이 인텔을 따라갔던 결과다. 모든 노트북이 센트리노니 소비자는 최신 부품을 얹은 것만 찾거나 조금이라도 싼 것만 고집하고, 제조사는 다른 플랫폼을 쓴 특색 있는 노트북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제원이나 기능상의 특징으로는 차별화가 힘드니까 겉을 가죽으로 씌우고, 화려한 무늬를 넣는 등 디자인이라도 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인텔은 센트리노에 옵션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끼워 팔았는데 이를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멀쩡한 노트북이 소비자들로부터 반쪽짜리 제품을 취급을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타로사 논란’이라고 불린 이 사건에서 일부 소비자는 인텔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 제조사는 물론 인텔마저 당혹스럽게 했다.

인텔이 MID를 발표하면서 뒤에 감춘 청사진에 그려진 그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얼리어댑터 사이에서는 무엇이 MID인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머지않아 MID는 모바일 기기를 가르는 '절대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MID를 내놓는 제조사들은 '소비자'에게 성능과 디자인 그리고 편의성을 평가받기 이전에 인텔과 얼리어댑터에게 정말 MID가 맞는지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실은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이동하면서까지 인터넷을 이용해야만 하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인텔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상은 지금도 충분히 빠르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휴대폰을, mp3를, 게임기를 들여다보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없다. 하물며 휴대 인터넷이 모든 인간에게 정보 취득의 기회를 주고 삶을 윤택하게 하리란 기대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생각이다. 단지 우리를 얽매는 보이지 않는 끈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만약 말이다. 인터넷 없이 단 한 시간도 버틸 수 없는 시대가 오더라도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 손에 들린 것이 MID인가 아닌가 확인하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모습만큼은 절대 보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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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 인터넷은 영원히 꺼두셔도 좋습니다. 띵똥띵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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