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B3 스테핑의 페넘 시리즈를 발표했다. 캐시의 주소를 잘못 찾아가는 이른바 TLB(변환 색인 버퍼) 에러는 AMD에 말에 따르면 만의 하나 일어날 수도 있다는 버그지만 어쨌거나 버그는 버그라서 AMD는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관련 버그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부터, 제품을 계속 팔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의 논의가 자체적으로 이뤄졌을 터다. AMD의 결론은 인정은 하되 자진신고하고 매를 맞을 필요는 없다. 또한 에러가 있는 대신 값을 그만큼 낮추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페넘을 20만 원 안팎에 포진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넘은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인텔 쿼드코어 중 바닥인 코어 2 쿼드 Q6600을 넘지 못하는 안습의 성능을 보인 탓이다. 물론 값이 더 싸다는 것만은 사실이었으나 벌써 쿼드코어를 찾은 소비자들이 가격대 성능비를 얼마나 중요시할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AMD는 드디어 TLB 버그를 잡은 B3 리비전의 페넘을 발표한다. 더불어 좀더 높은 클럭의 쿼드코어와 트리플코어 페넘을 내놓고 멀티코어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 페넘 시리즈 제원표

모델번호

클럭

TDP

2차 캐시

3차 캐시

하이퍼

트랜스포트

메모리

컨트롤러

클럭

페넘 X4 9850 BE

2.5GHz

125W

2MB

2MB

4,000MHz

2,000MHz

235달러

페넘 X4 9750

2.4GHz

95W

2MB

2MB

3,600MHz

1,800MHz

215달러

페넘 X4 9650

2.3GHz

95W

2MB

2MB

3,600MHz

1,800MHz

-

페넘 X4 9550

2.2GHz

95W

2MB

2MB

3,600MHz

1,800MHz

209달러

페넘 X4 9100e※※

1.8GHz

65W

2MB

2MB

3,600MHz

1,800MHz

-

페넘 X3 8600

2.3GHz

95W

1.5MB

2MB

3,600MHz

1,800MHz

10만원 중반

페넘 X3 8500

2.1GHz

95W

1.5MB

2MB

3,600MHz

1,800MHz

10만원 초반

페넘 9600 BE

2.3GHz

95W

2MB

2MB

3,600MHz

1,800MHz

251달러

23만 원

페넘 9500

2.2GHz

95W

2MB

2MB

3,600MHz

1,800MHz

209달러

19만 원

※ BE는 블랙에디션.

※※ e는 에너지 효율 모델.


페넘 X4 9850은 인텔 Q6600과 엇비슷
B3 스테핑에서는 2.5GHz의 페넘 9850 블랙에디션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블랙에디션은 배수락이 풀려 있어 오버클럭이 쉽다는 특징이 있을 뿐 성능이나 제원 차이는 없다. 성능은 인텔 코어 2 쿼드 Q6600보다 같거나 떨어진다. 인텔이 유리한(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 인텔 CPU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이기는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뺀 극히 일부의 친 AMD 애플리케이션에서만 9850이 조금 더 빠를 뿐이다. 값은 20만원대 초반에 포진할 예정. 인텔 코어 2 쿼드 Q6600보다 조금 싼 값에 내놓고 가격대비 성능의 우위를 가져갈 계획이다.


에너지 효율 모델인 9100e는 PC 제조사 중심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향후 소매시장 출시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 시기는 OEM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달렸다.

트리플코어 페넘 역시 OEM 거래처 중심으로 공급이 시작된다. 소매시장에는 TLB 오류가 해결이 안 된 이전 리비전을 내놓다가 차차 B3 리비전으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인텔은 AMD가 죽 쑤는 동안 시장을 엿장수 엿 떼어주듯 관리해 왔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자신들이 요즘 이걸 밀고 있으니 잔말 말고 사서 써라는 식의 강요식 마케팅을 보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AMD가 B3 리비전을 계기로 인텔의 안하무인격 시장 관리에 제동이 걸렸으면 좋겠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성능은 물론이고 제품의 포스가 너무 약하다. 하이엔드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다. 하이엔드 CPU가 매출 효자 상품은 아니지만 업체의 성능 주도 마케팅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AMD는 듀얼소켓 애슬론 64 FX 70 시리지 이후 이렇다 할 하이엔드 CPU를 못 내놓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를 차치하고 AMD의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는 마케팅 기획력의 부재다. 평소 CPU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 표를 보면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을 터다. 잘 보면 알겠지만 쓰지 않기로 했던, 코어 수를 뜻하는 X3, X4 등의 표기가 다시 제품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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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일관성 유지가 시급

AMD는 지난해 페넘을 내놓기 바로 직전 페넘 X4, 페넘 X3에서 코어 수를 뜻하는 X4, X3를 빼기로 결정했다. 당시 AMD는 인텔이 주도하는 코어 수 경쟁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코어 수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소신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입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번에는 소비자와 시장에서 X4나 X3가 들어간 모델명을 더 선호하고 마케팅하기도 쉽다는 판단에서 다시 원상 복귀시킨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줏대가 있는 것도 좋고, 시장의 요구를 좇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조금 일관된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AMD의 소신 없음은 그 증거를 일일이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다.


무소신 원칙의 대표적인 것인 GPU다. 엔비디아가 그래픽 프로세싱 유닛(GPU)란 마케팅 용어를 만들어냈을 때 ATI는 엔비디아 주도하는 시장 흐름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에서 비디오 프로세싱 유닛(VPU)란 이름으로 자사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불렀다. 하지만 그것이 AMD로 넘어오면서 은근 슬쩍 GPU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카탈리스트 드라이버를 살펴보면 ATI가 집어넣은 VPU란 용어와 AMD가 최근에 집어넣은 GPU란 용어가 뒤섞여 쓰이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2등 업체로서는 1등 업체가 닦아놓은 길을 따르는 게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이겠지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모양새는 영~ 보기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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